🎬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대하소설 삼성 이재용 제1화: 왕관의 무게》 16:9 시네마틱 하이라이트 영상
대하소설 삼성 이재용 제1화: 왕관의 무게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삼성 이재용편》 | anchangseongbank.blog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41층 집무실의 공기는 질소 가스처럼 차갑고 무거웠다.
강남대로의 화려했던 불빛들도 대부분 잠든 시각이었지만, 대한민국 수출의 20%를 짊어진 41층의 형광등은 꺼질 줄을 몰랐다. 책상 위에는 편의점 대용량 종이컵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얼음이 다 녹아 희멀겋게 변해버린 저가 프랜차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바닥에 몇 방울 남지 않은 제로 칼로리 탄산수, 그리고 마시다 만 비타민 음료.
스마트폰 화면은 쉴 새 없이 진동하며 날 선 외신 속보를 뿜어내고 있었다.
[블룸버그 긴급]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Rubin) 아키텍처 파운드리 전량 TSMC 2nm 예약 완료설… “삼성이 파고들 틈새는 어디인가”
[로이터] 실리콘밸리 AI 칩 품귀 대란… 빅테크 커스텀 칩 수주전, 평택과 대만의 사활을 건 수율 싸움 개막
“회장님, 미국 오스틴 연구소랑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링 디렉터들 다 들어왔습니다. 테슬라 측 칩 설계 수석도 비공개 채널로 대기 중입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얇은 은테 안경을 쓴 비서관이 태블릿을 들고 조용히 다가왔다.
이재용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셔츠 깃은 이미 땀으로 눅눅해져 있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거칠게 걷어 올려져 있었다.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뻑뻑하게 마른 눈을 깜빡였다.
“후… 비서관님, 이거 오늘 일정 진짜 ‘폼’ 제대로 미쳤네요. 하루가 왜 48시간 같지?”
“홍콩 쪽 기관투자자 미팅 끝나고 바로 화성 들렀다 오셔서 그렇습니다. 샷 하나 더 추가해서 새로 타 올까요?”
“아니요, 됐어요. 그거 마시면 이따 5시에 잠깐 눈도 못 붙여. 그냥 찬물 한 컵만 줘요. 목이 바짝바짝 타네.”

이재용은 헛웃음을 지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밖에서는 500조 대기업을 이끄는 ‘초격차의 황제’라 불리지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잦은 비행과 수면 부족에 시달려 눈 밑이 퀭하게 내려앉은 50대 중반의 영락없는 K-직장인이었다.
그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대형 85인치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켰다.
화면이 4분할되며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현지의 굳은 표정들이 일제히 떠올랐다.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AI 프로세서인 ‘AI5’와 ‘AI6’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최종 확정 짓는 심야 기술 담판이었다.
“Good evening, everyone. Let’s skip the pleasantries and cut straight to the chase (여러분 좋은 저녁입니다. 의례적인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재용의 입에서 유창하고 정제된 보스턴 액센트의 영어가 흘러나왔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묘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We reviewed the latest PDK (Process Design Kit) from our Taylor and Pyeongtaek lines. Let’s look at the Gate-All-Around (GAA) channel data (테일러와 평택 라인의 최신 공정 설계 키트를 검토했습니다. GAA 채널 데이터부터 보시죠).”
화면 너머 테슬라 측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
“Jay, 솔직히 말씀드리죠. 2나노 GAA 공정의 발열 억제력과 전력 효율은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율주행 신경망 칩은 단 0.001%의 연산 오류도 용납할 수 없어요. TSMC가 제안한 수율 안정성 지표보다 삼성의 수치가 2.3%포인트 뒤처진다는 내부 분석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겁니까?”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2.3%라는 숫자는 수천억 원의 웨이퍼 손실이자 수조 원대 수주 계약의 파기를 의미할 수 있는 치명적인 수치였다.
하지만 이재용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책상 위에 흩어져 있던 두꺼운 기술 리포트 중 37페이지를 정확하게 집어 들었다.
“마크, 그 2.3% 차이는 핀펫(FinFET) 방식의 구형 계산 모델을 적용했을 때의 오차입니다. 우리 2나노는 나노시트를 3중으로 쌓아 전류 누설을 원천 차단하는 2세대 MBCFET 구조예요. 게다가 우리는 파운드리만 따로 떼서 납품하는 게 아닙니다. 평택에서 1c D램 기반 HBM4를 바로 패키징해서 턴키(Turnkey)로 원스톱 공급합니다. TSMC에 칩 맡기고, 메모리는 우리한테 사고, 패키징은 ASE로 보내는 그 복잡한 물류비용과 테스트 시간을 다 합치면, 테슬라의 완성차 출고 단가는 우리가 15% 이상 낮춰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약점과 자사의 강점을 정밀 타격하는 완벽한 수치 분석. 하버드 박사과정 시절부터 단련된 자본시장의 논리와 밤샘 현장 점검으로 체득한 나노 단위의 기술 데이터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렸다.
테슬라 측 디렉터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굳었던 얼굴을 풀며 가벼운 탄성을 터뜨렸다.

“You really did your homework, Jay (정말 철저하게 준비하셨군요, 제이).”
“This is not homework. This is our survival (숙제가 아닙니다. 이건 우리의 생존이 걸린 일이니까요).”
이재용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새벽 3시 30분, 모니터 너머에서 최종 계약 서명을 위한 실무단 회의 일정이 확정되자 마침내 화면이 검게 꺼졌다.
집무실에 홀로 남겨진 이재용은 깊은 숨을 토해내며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겨 풀어버렸다.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자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시야를 하얗게 덮쳤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살았다… 아니, 일단 이번 판은 넘겼네.”
자조 섞인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 아래 어두운 서울 도심, 잠들어 있는 수천만 명의 국민들, 그리고 삼성이라는 이름 아래 밥줄을 걸고 있는 전 세계 50만 명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가족들.
‘내가 헛발질 한 번 하면 저 사람들이 다 길바닥에 나앉는다.’
그 공포감. 겉으로는 언제나 신사답게 웃고, 언론 카메라 앞에서는 소탈하게 고개를 숙이지만, 심장 밑바닥을 얼음 송곳으로 후벼 파는 것 같은 그 지독한 중압감은 10년이 지나도 1초조차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재용의 시선이 책상 한구석, 가죽 장정으로 마감된 오래된 사진 액자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굳게 다문 입술과 매서운 눈빛으로 세상을 꿰뚫어 보던 사람, 아버지 이건희 선대회장이 서 있었다.
시간의 태엽이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던 그날, 2020년 10월 25일의 일요일 아침으로.
새벽부터 울린 비상 전화기 너머로 주치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회장님…… 회장님께서 방금 호흡을 멈추셨습니다.”
2014년 5월 한남동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병상에 누워 계셨던 아버지였다. 언젠가는 닥쳐올 이별이라는 것을 수천 번도 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건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귓속에서 거대한 이명이 일며 세상의 모든 소리가 차단되었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제네시스 뒷좌석.
차창 밖으로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올림픽대로의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쉰두 살의 아들 이재용은 턱이 덜덜 떨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장례식장 입구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수백 명의 취재진이 터뜨리는 플래시가 번개처럼 번쩍였고, 정재계 거물들과 정관계 인사들이 줄을 지어 조문 행렬을 만들었다. 검은 상복을 입고 빈소에 우두커니 서서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동안, 수많은 손들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이 부회장, 힘내시오. 이제 자네가 삼성을 책임져야 해.”
“선대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나라 경제를 살려주십시오.”
정치인의 의례적인 애도, 경쟁사 총수의 복잡미묘한 눈빛, 외국 대사들의 조심스러운 악수.
수천 번 고개를 숙이고 절을 올리면서도 이재용의 가슴속에는 서늘한 칼바람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당시 그는 온전한 자유의 몸조차 아니었다.
국정농단 재판의 파기환송심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매주 목요일마다 서초동 법정의 차가운 피고인석에 앉아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받아내야 했던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감옥의 문턱이 코앞에 와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는 떠났고, 세상은 그에게 ‘황태자의 슬픔’을 음미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장례식장 뒤편 비상계단,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차가운 벽에 이마를 기댔을 때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은 단순하고도 뼈아픈 것이었다.
‘거대한 방파제가 사라졌구나. 이제 모든 비바람과 번개는 내가 맨몸으로 다 맞아야 하는구나.’
아버지는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거대한 산이었고 방패였다.
하지만 이제 그 산이 무너졌다. 사법의 덫, 글로벌 경쟁자들의 거친 공세, 안팎의 냉소적인 시선 속에서 그는 홀로 키를 잡고 거친 바다로 나아가야만 했다.
1970년대 후반의 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
한남동 자택 거실의 푹신한 카펫 위에는 온갖 전자기기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당시 서른 살을 갓 넘겼던 젊은 시절의 이건희는 돋보기를 눈에 끼고 일제 소니 카세트 라디오를 드라이버로 하나하나 분해하고 있었다.
그 옆에 엎드려 턱을 괴고 있던 열 살 남짓의 꼬마 재용이 신기한 눈으로 물었다.
“아빠, 그거 멀쩡하게 노래 잘 나오던 건데 왜 부숴요? 할아버지가 혼내면 어쩌려구요?”
그러자 이건희가 툭 튀어나온 큼직한 눈을 굴리며 아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임마, 부수는 게 아이라 속을 들여다보는 기다. 남이 만든 기계를 그대로 쓰기만 하면 평생 남의 뒤만 쫓아가는 삐에로밖에 안 돼. 뜯어봐야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망가뜨려봐야 더 좋은 걸 새로 맹글 수 있는 기다. 알겠나?”
“헤헤, 그래도 망가지면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개구쟁이처럼 혀를 쏙 내미는 어린 재용을 보며 이건희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방 안 가득 퍼지던 납땜 인두의 매캐한 냄새, 아빠의 따뜻한 손바닥 감촉,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안전했던 그 품.
그 시절의 재용은 자신이 훗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반도체 제국의 운명을 짊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동네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야구를 하고,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에 행복해하던 평범하고 해맑은 소년이었을 뿐이었다.
이재용은 눈을 떴다. 과거의 환영은 흩어지고 다시 차가운 현실의 2026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탁자 위의 스마트폰이 다시 짧게 진동했다.
[평택 제4공장(P4) 파운드리 라인: 2nm GAA 2세대 시험 웨이퍼 수율 81.4% 돌파 보고]
순간, 이재용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피로에 절어 있던 그의 눈동자에 다시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거봐, 우리 엔지니어들 독기 품으면 해낸다니까.”
그는 남은 탄산수를 단숨에 들이켠 뒤 빈 캔을 쓰레기통에 정확하게 던져 넣었다.
구치소의 차가운 독방 바닥에서도, 10년에 걸친 재판정의 피고인석에서도, 수십조 원의 적자가 쏟아지던 반도체 겨울의 공포 속에서도 그는 끝내 무릎 꿇지 않고 버텨냈다.
할아버지 호암이 허허벌판에 세웠고, 아버지 이건희가 목숨을 걸고 세계 1위로 올려놓은 기업이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창밖으로 붉은 새벽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재용은 셔츠 단추를 다시 채우고 재킷을 걸쳤다.
“자, 비서관님. 평택 갈 준비해요. 오늘 판 제대로 한번 뒤집으러 가보자고.”
본 작품은 글로벌 반도체 기술 전쟁 및 기업사를 바탕으로 창작된 대하소설 및 통섭 리포트입니다. 저작권은 작가 안창성에 있습니다.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삼성 이재용편》 연재 안내
본 연재 소설은 anchangseongbank.blog에서 독점 공개됩니다.
[카테고리: 대하드라마]
❤️ 이 분석 리포트가 유익하셨나요?
좋아요를 누르고 이메일을 구독하시면 신규 매크로 분석 & 대하소설 발행 시 이메일함으로 즉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메일 주소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 항목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