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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이재용 경영 실록 5회] 태평로 신입사원의 칼바람: 삼성전자 총무그룹 공채 32기 말단 사원 이재용의 첫 직장

🎬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대하소설 삼성이재용 – 제5회: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삼성 이재용의 첫직장》 16:9 시네마틱 하이라이트 영상

대하소설 삼성이재용 – 제5회: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삼성 이재용의 첫직장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삼성 이재용편》 | anchangseongbank.blog

대하소설 제5회 삼성 이재용의 의 첫직장

태평로의 칼바람은 시리다 못해 잔인했다. 1991년 12월의 어느 날 아침, 잿빛 빌딩 숲 사이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한겨울의 바람은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라는 거대한 전쟁터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 이재용의 단정한 코트 자락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그의 손에는 삼전의 후계자라는 화려한 표식 대신, 일반 공채 32기 동기들과 똑같은 푸른색 플라스틱 사원증이 쥐어져 있었다. 거대한 은색 회전문을 통과해 총무그룹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긴장감으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총무그룹 사무실의 공기는 이른 아침부터 숨 막힐 듯 팽팽하게 조여 있었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둔탁하게 돌아가는 팩스밀리의 소음, 그리고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담배 연기가 형광등 불빛 아래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하버드의 푸른 고독 속에서 세계 최고의 지식을 벼려냈던 청년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거창한 국가적 비즈니스 전략이 아닌, 산더미처럼 쌓인 누런 서류 상자들과 매일 아침 전 사원의 책상 위에 올려놓아야 할 신문철을 정리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고단한 말단의 일이었다.

총무부서의 터줏대감이자 무서운 호랑이로 불리던 박 차장은 가죽 지갑을 책상 위에 툭 던져놓으며 청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박 차장은 오너 가문의 황태자가 제 발로 총무과 밑바닥으로 기어들어 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단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눈빛에 서슬 퍼런 날을 세우고 있었다. 낙하산이라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다 갈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여기는 매일 밤을 새워도 표가 나지 않는 가장 거칠고 궂은 막노동판과 다름없는 곳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청년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죄송합니다와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연신 되풀이해야 했다. 첫 일주일 동안 청년의 양손은 시커먼 토너 가루와 거친 마분지 서류 상자에 쓸려 성할 날이 없었다. 손끝은 갈라져 피가 배어 나왔고, 하루에만 수천 장의 문서를 복사하고 스테이플러를 찍어대느라 오른쪽 어깨는 밤마다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명문대를 나오고 세계 최고의 학문을 배우고 돌아왔음에도, 그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복사기 옆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겁고 매캐한 열기와 기획서의 줄을 맞추는 고단한 눈놀림뿐이었다.

1991년 태평로 본관의 시린 겨울과 청년 이재용의 출근길
1991년 태평로 본관의 시린 겨울과 청년 이재용의 출근길

총무부서의 일은 겉보기엔 사소해 보였지만, 실상은 거대한 삼전이라는 제국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굴러가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름칠을 하는 가장 피로한 심장부와 같았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중역들의 서재와 집무실의 온도 조절 상태를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 책상 위에 단 한 톨의 먼지도 남기지 않도록 쓸고 닦는 일, 심지어 임원들이 마시는 전통 차의 온도가 미세하게 어긋나기만 해도 사정없이 쏟아지는 불호령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 청년의 감내해야 할 일상이었다. 한번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기획실 전무가 자신이 주문한 영문 서적의 번역본 제본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결재 서류판을 청년의 발밑으로 신경질적으로 내던진 적이 있었다. 종이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싸늘한 정적 속에서, 청년은 모욕감으로 붉어지는 얼굴을 꾹 참아내며 무릎을 꿇고 흩어진 서류를 한 장 한 장 손으로 주워 모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지만, 청년은 조부 이병철이 강조했던 ‘가장 낮은 곳에서 인간을 읽으라’는 유훈을 되새기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이 짊어진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이 차가운 바닥에서 겪는 굴욕과 연단의 모래바람을 온전히 맨몸으로 다 맞아야만 했다.

진짜 롤러코스터 같은 혹독한 시험대는 첫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찾아왔다. 삼전 그룹 전체의 내로라하는 사장단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좌지우지하는 해외 국빈들이 대거 참석하는 연말 최고경영자 비상 결의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총무그룹 전체가 밤낮을 잊은 채 행사 준비로 초주검이 되어가던 중, 행사 당일 아침에 청천벽력 같은 대형 사고가 터졌다. 해외 바이어들과 주요 합작사 대표들에게 제공할 한정판 최고급 전통 나전칠기 기념품과 행사 안내 책자 오백 세트를 싣고 오던 배달 차량이 마포대교 인근에서 새벽부터 내린 폭설과 얼어붙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추돌 사고를 일으키며 꼼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는 전갈이었다. 행사는 단 세 시간 뒤에 시작될 예정이었고, 만약 제시간에 그 특별한 기념품과 안내서가 도착하지 못한다면 삼전의 대외적인 신뢰도와 국격 수준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판이었다. 박 차장은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사방으로 고함을 질러댔고, 사무실 안은 말 그대로 물을 끼얹은 듯 찬 얼음장으로 변했다.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며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 맨 구석 자리에서 묵묵히 기획서를 정리하던 청년 이재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차장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마포대교라면 지름길을 통해 제가 직접 뛰어서라도 물건을 가져오겠습니다.

박 차장은 황당하다는 듯 청년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후계자고 뭐고 따질 여유가 없었다. 청년은 가벼운 기성복 코트 하나만 걸친 채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 나갔다. 빙판길에 택시조차 전혀 잡히지 않자, 그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영하 10도의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아스팔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안경에는 하얗게 성에가 끼어 앞을 가렸고, 구두 굽이 빙판에 미끄러져 몇 번이고 길바닥에 무릎과 손바닥을 찧으며 고꾸라졌지만 청년은 입술이 터진 채로 벌떡 일어나 다시 뛰었다. 뺨을 스치는 차가운 눈발이 송곳처럼 피부를 찔렀고, 얼어붙은 귀는 떨어져 나갈 듯 통증을 뿜어냈다. ‘이대로 포기하고 기사나 비서를 부를까’ 하는 약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지만, 재용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피하면 삼전의 이름에 먹칠이 되고, 자신을 평범한 동료로 받아들여 준 총무과 선배들의 신뢰가 깨질 터였다.

총무그룹 사무실의 팽팽한 긴장감과 복사기 앞의 고단한 실습
총무그룹 사무실의 팽팽한 긴장감과 복사기 앞의 고단한 실습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마포대교 위 찌그러진 배달 트럭 앞에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 청년의 손끝은 이미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꽁꽁 얼어붙어 굽혀지지 않았지만, 청년은 트럭 운전사의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살뜰히 살핀 뒤, 직접 무거운 나전칠기 상자들과 책자 묶음들을 두 어깨 가득 짊어졌다. 상자의 모서리가 청년의 얇은 코트 너머로 어깨뼈를 사정없이 짓눌렀고,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얼어붙은 발가락 끝에서 찌릿한 고통이 뇌리를 때렸다. 땀과 눈물, 그리고 녹아내린 눈송이가 범벅이 된 채 영하의 눈보라를 뚫고 다시 태평로 본관 로비로 걸어 들어오는 청년의 몰골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비참하고 엉망진창이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슈트 무릎팍은 시커먼 흙탕물로 젖어 있었지만, 오백 세트의 기념품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완벽하게 행사장 안내 데스크 위에 단정하게 정렬되었다.

1991년 겨울, 눈 내리는 마포대교 위 청년 이재용의 고독한 성찰과 결단
제3막: 1991년 겨울, 눈 내리는 마포대교 위 청년 이재용의 고독한 성찰과 결단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박 차장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청년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차장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청년의 얼어붙은 손에 쥐여주며, 거친 손으로 그의 흙 묻은 어깨를 툭툭 털어주었다. 녀석, 곱게 자란 도련님인 줄 알았더니 진짜 독종이네라는 짧고 투박한 한마디 뒤에 숨겨진 선배의 깊은 인정과 안도감에, 청년은 참아왔던 눈물을 삼키며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온몸을 찌르는 마비 같은 피로감 속에서도 비로소 자신이 이 거대한 조직의 진짜 일원이 되었다는, 스스로의 피땀으로 동료의 신뢰를 쟁취했다는 벅찬 희열이 찌릿하게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판기 캔커피의 온기와 야근 속에서 피어난 삼성 공채 32기 동기들의 결속
제4막: 자판기 캔커피의 온기와 야근 속에서 피어난 삼성 공채 32기 동기들의 결속

진짜 뜨거운 회포와 희노애락의 절정은 그 주 금요일 밤, 을지로 뒷골목의 허름하고 낡은 포장마차에서 피어올랐다. 뿌연 장작 불빛과 알싸한 연탄 연기가 가득 찬 포막 안에는 매서운 바람을 피해 들어온 공채 32기 동기들이 옹기종기 둥근 양철 테이블 둘러앉아 있었다. 찌그러진 양철 냄비 속에서 홍합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노란 가로등 빛 아래서 소주잔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동기들은 저마다 하루 동안 겪었던 상사들의 무자비한 잔소리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안주 삼아 목청껏 소리치고 눈물을 글썽이며 회포를 풀었다.

야, 이재용! 너 오늘 마포대교에서 완전히 전설을 썼다며? 박 차장 그 독사 같은 영감이 너한테 캔커피까지 주며 등을 두드려줬다니, 진짜 대단하다! 우리 32기 동기들 중에서 네가 단연 최고의 으뜸이다!

동기 중 한 명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재용의 어깨를 꽉 껴안으며 소주를 가득 따라주었다. 재용은 소박하게 웃으며 친구가 따라주는 쓰고 차가운 소주 한 잔을 단숨에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알싸한 소주의 온기는 한낮의 차가웠던 설움과 긴장감을 단숨에 녹여내 주었다. 재용 역시 단정한 기성복 소매를 걷어붙인 채, 매운 닭발과 뜨거운 어묵 국물을 게걸스럽게 먹으며 동기들과 함께 소리 내어 웃고 울었다. 자기가 대한민국 최대 재벌의 황태자라는 무거운 족쇄 따위는 그 허름한 천막 안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서로 보듬고 내일의 출근길을 걱정하는 스물네 살 청년들의 가식 없고 눈물겨운 우정뿐이었다. 취기가 오른 동기들은 잔 가득 소주를 다시 부딪치며 서로의 손을 포개어 잡았다.

우리가 누구냐! 삼전의 공채 32기 아니냐! 지금은 비록 복사기 앞에서 토너 가루나 마시고 먼지 서린 창고에서 구르는 말단 신세지만, 10년 뒤, 20년 뒤에는 우리가 이 삼전의 미래를 짊어질 진짜 거인들이 되자고! 우리의 손으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위대한 삼전을 만들어내자! 아자!

동기들의 뜨겁고 우렁찬 맹세가 을지로 뒷골목의 차가운 겨울 밤하늘을 조용하게 울렸다. 재용은 포개진 동기들의 거친 손등 위에 자신의 상처투성이 손을 가만히 얹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조부가 남긴 ‘인간을 먼저 읽으라’던 무거운 가르침과, 동기들이 보여준 이 가식 없고 뜨거운 우정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리더십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 위대한 청춘의 용사들과 함께라면, 자신에게 주어질 거대한 왕관의 무게를 기꺼이 견뎌내고 삼전을 더 크고 따뜻한 제국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그의 영혼 깊숙이 아로새겨졌다. 밤은 깊어갔고, 포장마차 유리창 너머로 길게 비치는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 청춘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이제 막 삼전의 심장부에서 가장 뜨거운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을지로 포장마차의 알싸한 소주잔 속에서 피어난 32기 동기들의 뜨거운 우정
을지로 포장마차의 알싸한 소주잔 속에서 피어난 32기 동기들의 뜨거운 우정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삼성 이재용편》 연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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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대하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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