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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이재용 경영 실록 3회] 관악의 안개와 무거운 밤: 1987년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최루탄 속 청년의 고뇌

🎬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대하소설 삼성이재용 – 제3회: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관악의 안개와 무거운 밤》 16:9 시네마틱 하이라이트 영상

대하소설 삼성이재용 – 제3회: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관악의 안개와 무거운 밤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삼성 이재용편》 | anchangseongbank.blog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제3회: 관악의 안개와 무거운 밤

1987년의 봄은 유독 잔인했고, 시리도록 매매한 연기로 가득 찬 계절이었다. 관악산 자락 아래 드넓게 펼쳐진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아침마다 푸른 하늘을 이고 상쾌하게 시작하는 듯싶었으나, 점심때가 채 되기도 전에 어김없이 뿌연 회색의 거대한 안개 장막으로 뒤덮이곤 했다. 그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아스라한 봄안개가 아니었다. 인간이 뿜어내어 눈을 짓개고 목구멍을 사정없이 찔러대며 허파 허리께까지 갈가리 찢어놓는 최루탄의 잔인한 독가스였다. 다연장 최루탄 발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랄탄이 공중을 향해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비명을 지르며 포물선을 그릴 때마다,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는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얀 최루 분말은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인문대 언덕을 넘어 동양사학과 강의실 창틀 사이로, 닫힌 틈새를 비집고 쉴 새 없이 스며들었다. 그 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불덩이를 얹은 듯 화끈거리는 통증이 일었고, 눈꺼풀 안쪽으로 기어들어 와 얇은 점막을 마구 자극했다. 콧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교과서 위로 똑똑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스무 살의 청년 이재용은 맨 뒷자리 창가에 조용히 앉아, 칠판 앞에 서서 한나라의 흥망성쇠와 멸망 원인을 열변하는 노교수의 칼칼한 목소리 너머로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스팔트의 거친 함성과 임의 행진곡의 묵직한 선율을 듣고 있었다. 창문을 아무리 꽉 닫아도 소용이 없었다. 최루탄 가스는 기어이 강의실 안을 뿌옇게 채웠다. 재용은 주머니에서 단정하게 접힌 하얀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조심스레 훔쳤지만, 바람결에 묻어 있던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화학 가루 때문에 따가운 통증은 더욱더 심해질 뿐이었다. 강의실 안의 학생 중 누구도 책에 머리를 처박지 못했다. 노교수 역시 안경을 벗어 거친 소매 끝으로 번져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며 칠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교수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혼잣말처럼 무겁게 중얼거렸다. 역사는 책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박제된 문자가 아니라, 저 거친 길바닥 위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굴러가는 무거운 수레바퀴와 같다고, 지금 너희가 들이마시는 이 매캐한 가루가 바로 오늘날의 역사라고 말이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재용이 강의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시덩굴처럼 변해 있었다. 숨을 깊이 들이쉴 때마다 날카로운 바늘이 가슴뼈 안쪽을 사정없이 쑤셔대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재용은 기침을 거칠게 터뜨리며 앞으로 고꾸라질 듯 비틀거렸다. 안경 너머로 흐려진 시야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대지를 흔드는 둔탁한 발소리, 백골단이라 불리는 진압대원들이 쇠파이프와 가죽 방패를 부딪치며 내는 섬뜩한 파열음이 유령의 흐느낌처럼 안개 속에서 흘러나왔다. 도망치는 아이들의 낡은 운동화가 아스팔트를 긁는 다급한 소리가 귓전을 때릴 때, 보이지 않는 하얀 안개 속에서 누군가가 비틀거리는 재용의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야! 바보같이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떡해! 이쪽이야! 내 손 꽉 잡고 뛰어!

1987년 관악 캠퍼스의 최루탄 안개와 청년 이재용의 고뇌
1987년 관악 캠퍼스의 최루탄 안개와 청년 이재용의 고뇌

재용은 누군지도 모른 채 억센 손길에 이끌려 인문대 건물 뒤편의 좁고 어두운 그늘막으로 허겁지겁 몸을 숨겼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과 동기이자 맨날 구멍 난 군복 야상을 걸치고 캠퍼스를 헤매던 철민이었다. 철민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기 주머니에서 반쯤 찌그러진 하얀 치약 튜브를 꺼내더니, 재용의 안경을 낚아채듯 벗겨내고는 그의 눈 밑에 뺨 언저리까지 치약을 사정없이 듬뿍 문질렀다. 화하고 매운 치약의 박하 향이 살갗에 닿자 송곳 같은 통증과 함께 눈물샘이 크게 자극받았지만, 역설적이게도 꽉 막혔던 눈앞이 서서히 트이며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학우들의 일그러진 얼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철민은 물이 반쯤 남은 낡은 페트병을 던져주며 재용의 등덜미를 아프도록 세게 후려쳤다.

너 같은 샌님들은 이런 날 그냥 중앙도서관 지하 골방에 처박혀 있어야지, 왜 기어 나와서 사서 고생이냐? 안경쟁이 부잣집 도련님 아니랄까 봐, 최루탄 냄새 찔끔 맡았다고 얼굴이 아주 하얗게 질려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네. 야, 물 마시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아직 안 끝났어!

철민은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로 이빨을 드러내며 호쾌하게 웃었지만, 그의 투박한 손길에는 동료를 향한 끈끈하고 가식 없는 우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재용은 치약 범벅이 되어 꾀죄죄해진 얼굴로 안경을 옷소매로 대충 닦아 쓰며 붉어진 눈으로 허허롭게 웃었다. 철민은 재용이 대한민국 경제의 거대한 심장부인 삼전 가문의 적통이자 미래를 짊어질 장남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사학과의 순진하고 착한 서울내기 동기 녀석으로만 대하고 있었다. 그 아무런 대가도 없고 가식도 없는 순수한 무지가, 청년 이재용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피난처였다.

하지만 캠퍼스의 허름한 담벼락을 넘어서는 순간, 세상은 그에게 단 한 뼘의 낭만이나 쉼도 허락하지 않았다. 한남동 저택으로 돌아가는 저녁 길은 언제나 고요했고, 그렇기에 비인간적일 만큼 적막했다. 기사가 운전하는 검은색 국산 최고급 세단에 몸을 싣고 관악산의 최루탄 분진과 학우들의 뜨거운 함성을 뒤로한 채 서서히 서울 도심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마다, 재용은 차창 밖에 비치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평온한 시민들의 표정이 낯설고 이질적이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쪽에서는 나라를 바꾸겠다고 피를 흘리며 울부짖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웃고 즐기는 이 극단적인 대조는 스무 살 청년의 마음에 깊고 날카로운 균열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그의 조부이자 삼전의 기틀을 닦은 이병철 창업주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고 있다는 집안의 비밀스러운 전갈은 그의 양어깨에 무거운 침묵의 바위를 얹어놓았다.

어느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 밤, 재용은 혜화동의 조부 자택으로 조용히 부름을 받았다. 넓고 어두운 방 안에는 한약을 달이는 씁쓸하고 짙은 냄새와 함께 가느다란 호흡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리며 낮게 흐르고 있었다. 한 시대를 호령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던 거인은 침상에 힘겹게 기댄 채, 뼈만 남아 앙상해진 손으로 이제 갓 청년이 된 손자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그 옛날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창업주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 움직였으나, 그의 늙은 육신은 이미 마른 잎사귀처럼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거인은 손자의 맑고 흔들림 없는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아주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용아, 관악의 바람이 요즘 매섭다지. 사방에서 최루탄 연기가 가시지 않는다던데, 책을 읽고 학문을 닦는 데 방해는 안 되더냐. 네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아프구나.

괜찮습니다, 할아버지. 역사라는 학문은 원래 맑은 날보다 폭풍우가 치는 비바람 속에서 쓰이는 것임을 매일 등하굣길의 풍경을 보며 온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병철은 손자의 늠름하고도 사려 깊은 대답을 듣고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마른 입술 사이로 깊은 한숨과 함께, 세상을 다 살아낸 현자의 마지막 혜안이 담긴 유훈이 흘러나왔다.

내 너를 남들이 다 가는 화려한 경영학과나 법학과 대신 이 먼지 서린 동양사학과로 가라 등 떠민 뜻을 매 순간 잊지 말거라. 숫자를 꼼꼼하게 다루는 법과 돈을 크게 굴리는 기술은 언제든지 머리 영리한 참모들을 돈을 주고 사서 곁에 두면 그만이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목숨이 걸려 있고 나라의 존망이 얽혀 있는 거대한 기업집단을 이끌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큰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한나라가 왜 백성들의 마음을 잃어 멸망했든지, 당나라의 번영 뒤에서 어떤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배신이 꿈틀댔는지 거울을 보듯 들여다보아라.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결여된 경영자는 바람 앞에 모래성 위에 성을 쌓는 어리석은 자와 같다. 역사라는 차가운 거울에 네 얼굴을 매일 비추어 보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라.

그것이 조부가 사랑하는 손자에게 남긴 마지막 밤의 가르침이자 영원한 나침반이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은 1987년 11월,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축을 지배했던 이병철 창업주는 마침내 거목처럼 쓰러져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장례식장의 장엄한 클래식 선율과 끝없이 밀려드는 정재계 거물들의 침통한 조문 행렬 속에서, 대학생 이재용은 검은 상복을 입고 상주들의 뒤편에 묵묵히 서 있었다. 세상은 삼전의 위대한 2세대 경영과 새로운 시대에 대해 온갖 수군거림과 추측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상복을 입은 청년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조부가 뼈마디가 만져지는 손으로 쥐어주었던 ‘인간을 먼저 이해하라’는 무거운 약속, 그리고 당장 내일 관악의 교정으로 돌아가면 다시 숨 가쁘게 들이마셔야 할 최루탄의 뿌연 화학 안개였다.

서울대 도서관 서가 속에서 탐구하는 역사와 인간의 지혜
서울대 도서관 서가 속에서 탐구하는 역사와 인간의 지혜

겨울의 긴 얼음장이 녹아내리고 다시 찾아온 1988년의 봄, 관악의 대지는 서울 올림픽의 환호 뒤에서 더욱더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대학가는 축제의 분위기보다는 정권 타도와 재벌 해체, 그리고 자본가 규탄의 거친 목소리로 팽팽한 긴장감이 실을 당긴 활처럼 팽팽했다. 학생회관의 붉은 벽돌 벽면에는 삼전을 비롯한 대기업들을 악랄한 독점 자본으로 규탄하는 붉은색 대자보와 날카로운 필체의 낙서가 온 도배를 이루고 있었다. 동양사학과 동기들과 신림동 녹두거리의 허름하고 냄새나는 대포집 ‘민속가면’의 삐걱거리는 나무 탁자 주위에 둘러앉은 날, 재용은 탁자 위에 놓인 찌그러지고 구멍 난 양은 주전자의 값싼 막걸리를 아무 말 없이 들이켰다.

사방에서 튀는 침과 땀 냄새, 그리고 매운 김치 안주가 눅눅한 가게 안의 공기와 뒤섞여 코를 찔렀지만 동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본의 횡포와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주먹을 불끈 쥐며 침을 튀겼다. 재용은 그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묵묵히 경청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칼을 댄 것처럼 서늘해지는 통증을 느꼈다. 그들이 그토록 증오하고 타도하고자 외치는 거대한 자본가의 정점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고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삼전의 장남이라는 정체가 단 일 초라도 이 자리에서 드러난다면, 지금 이 어깨를 맞댄 채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따뜻하고 치열한 청춘의 우정은 순식간에 차가운 적개심과 불신으로 변해버릴 것이 자명했다. 재용은 찌그러진 잔을 잡은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꽉 쥐었다.

야, 이재용. 너는 왜 아까부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이 없냐? 너도 한마디 거들어봐. 이번 삼전 노동조합 강제 해산 사태 말이야, 진짜 자본가 놈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행태 아니냐? 노동자들을 기계 부품처럼 쓰고 버리는 이 더러운 악순환을 언제까지 내버려 둬야 하느냔 말이다. 너도 사학도라면 이 시대의 불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지!

관악산 빗속 송림길을 걸으며 다짐하는 리더십의 깊은 성찰
관악산 빗속 송림길을 걸으며 다짐하는 리더십의 깊은 성찰

동기 중 한 명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재용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방 안의 매캐한 담배 연기 속에서 모든 동기들의 날카롭고 호기심 어린 시선이 조용한 범생이 청년 이재용의 안경 너머 눈빛에 일제히 꽂혔다. 재용은 잠시 차갑게 가라앉은 잔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공장 라인에서 밤낮없이 일하며 기름때와 피땀을 흘리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피로한 얼굴과, 한남동 서재에서 홀로 줄담배를 태우며 밤새 고뇌와 책임감에 짓눌려 하얗게 새어버린 아버지 이건희의 야윈 얼굴이 동시에 겹쳐 지나갔다. 재용은 막걸리 잔을 탁자 위에 가만히 내려놓고 깊은 사색을 담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질리도록 배우는 교훈은 결국 대립과 극한의 증오가 가져오는 끝은 대개 파멸이라는 사실이야. 강성했던 로마 제국도, 찬란했던 당나라도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깊은 불신과 극단적인 분열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어. 노동자의 핏물 괸 눈물을 모른 체하는 자본가도 역사적인 단죄를 피할 수 없겠지만, 오직 타도와 파괴만을 울부짖는 눈먼 분노 역시 세상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를 괴물이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 바라보고, 가슴속의 핏대를 조금 낮추어 대화하는 공감과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아닐까. 조율되지 않고 휘두르는 무자비한 채찍은 결국 말도, 사람도 병들게 만들 뿐이니까.

재용의 나직하면서도 떨림 없는 차분한 목소리에는 그 어떤 광장의 웅변보다 묵직하고 거대한 울림이 들어 있었다. 대포집 안의 시끌벅적하던 숟가락 소리와 취객들의 욕설이 청년의 단단한 언어 앞에서 잠시 숨을 죽였다. 철민은 재용을 잠시 신기한 듯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털털하게 허공을 향해 웃음을 터뜨리며 재용의 빈 잔에 거품이 이는 하얀 막걸리를 넘치도록 가득 채워주었다.

싱거운 녀석, 서울대 사학과 범생이 아니랄까 봐 여기서도 논어니 공자님 말씀 같은 평화주의만 늘어놓는구나.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네 녀석 말에 뼈가 있어. 증오의 칼날만 갈다가는 결국 제 손가락을 먼저 베는 법이지. 자, 가슴속의 먼지는 이 막걸리 한 잔으로 깨끗이 씻어내자고! 마셔라, 관악의 푸른 사학도들을 위하여!

가로등 불빛 아래 동기 청년들과 나누는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
가로등 불빛 아래 동기 청년들과 나누는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

그 밤, 잔 가득 막걸리를 부딪치며 취기가 오른 친구들의 어깨동무와 뜨거운 노래 속에서, 재용은 남몰래 안경 안쪽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참아왔던 외로움의 눈물을 조용히 닦아냈다. 자신을 쉼 없이 옥죄어오는 거대한 가문의 가혹한 숙명과, 바깥 세상이 들이대는 서슬 퍼런 증오의 칼날 사이에서 청년은 매일 밤 도서관의 빛바랜 역사책 속에서 홀로 차가운 지혜의 힘을 기르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도피가 아니었다. 언젠가 자신에게 태풍처럼 주어질 거대한 제국 삼성을, 오직 인간에 대한 따뜻한 예의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 리더십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청년 이재용만의 외롭고도 치열한 내면의 연단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밤새 내린 비에 젖은 신림동 골목길의 낡은 붉은 벽돌담을 고즈넉하게 비추는 밤, 청년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는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소리 없이 출렁이며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관악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과 푸른 고삐의 맹세
관악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과 푸른 고삐의 맹세

대하소설 《푸른 고삐와 거인의 왕관 — 삼성 이재용편》 연재 안내

본 연재 소설은 anchangseongbank.blog에서 독점 공개됩니다.
[카테고리: 대하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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